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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체류자, 중국 동포가 기억하는 한국

코리아 드림을 꿈꾸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국 동포. 중국에 비해 임금이 좋고 환경이 좋아 중국 동포는 한국으로 들어오기를 희망한다. 한국 정부에서는 다른 나라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동포들을 위해 동표비자, 취업비자 등 여러 비자를 통해 한국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허가 하고 있다.

한국어 능력시험, 자격증 등 예전과 달리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폭이 커져 한국으로 들어오는 길이 조금은 수월해졌다. 5년간의 준비를 끝에 한국으로 들어온 중국 동포 아줌마.

중국 연길에서 한국행 비행기표를 구입하면서부터 새로운 제 2의 인생을 꿈꾸었다고 한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장애인 판정을 받고 중국으로 강제 출국을 당하게 된 동포 아줌마. 5년 동안 한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왜 한국으로 오셨나요?

내가 살고 있는 중국 연길은 한국에 비하면 시설은 물론 일자리도 충분하지 않다. 가족과 함께 한 달을 생활 하려면 중국 돈으로 2500위안 정도의 돈이 필요하지만 가족 모두가 일을 해도 늘 부족한 한 달을 지내야 한다. 오래전부터 TV나 매체를 통해 소개 된 한국은 이곳 연길과 비교 했을 때 모든 것이 좋은 조건이 아닐 수 가 없었다.

무엇보다 한국으로 온 결정적인 이유는 내 자식들은 연길에서의 힘든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가족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교육은 물론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한국으로 오는 방법이 어렵나요? 중국에서는 여권을 만드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한 달에 2500위안으로 생활 하는 우리에게 여권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정부의 특성상 개인이 직접 신청을 하려고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거절을 당하는 경우가 있어 브로커나 대행사에 맡기게 되는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무엇보다 돈을 지불하고 여권을 만들어서 한국 방문을 하고 싶어도, 친척이 있거나, 가족이 있어도 방문 허가를 받기가 어려운데, 나 같이 아는 사람도 없는 사람은 하늘에 별 따지나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 돈을 벌기로 마음먹고 5년 동안 준비하는 동안 사기도 많이 당하고, 빚도 생각보다 많이 생겨났다. 한국에 와서 일을 해서 그 빚도 갚고, 가족에게 돈도 보내고 해야 하는데...

한국에 처음 와서 어땠나요?


연길에서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내려 바라본 한국의 모습은 너무나 새로웠다. 5년 동안 한국에 오는 것을 준비하면서 발음 연습도 하고, 나름 옷도 준비 했지만, 공항에서 나오는 순간 다른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리 된 모습과 화려하고 단정한 옷을 입은 사람들.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살짝 두려웠다. 브로커를 통해 한국의 자격증 학원과 기숙사를 신청하고 와서 마중을 나온 사람과 전철을 타고 서울로 가면서 모든 것이 신기했다. 학원에서 만난 다른 동포들을 통해 주변 식당 일자리도 구하고, 머무를 수 있는 기숙사도 있고, 비자를 연장할 수 있는 학원까지 등록이 되어 있어 처음 온 3개월 동안은 별 문제 없이 한국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왜 불법 체류자가 되었나요?


한국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자격증 학원을 다닌다는 서류와 함께 연장 신청을 해야 한다. 적지 않은 돈(학원비)가 들지만 합법적이게 비자를 연장할 수 있어, 중국 동포들 대부분이 학원을 등록하고 일을 하면서 생활을 한다. 처음 갔을 때 만 해도 기초반이라 해서 비슷한 시기에 온 학생들을 모와 놓고 자격증 관련 수업을 이어나갔지만, 시간이 갈수록 교육 자체가 없어지기 일 수였다.

사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우리로서 학원을 병행하고 다니기가 쉽지 않아 학원을 못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학원 자체에서 수업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비자 연장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심할 경우는 어떤 학생은 등록만 하고 단 한 번도 학원에 오지 않을 정도였다. 매달 적지 않은 학원비를 내지만 그렇다할 수업도 진행하지 않는 학원. 비자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학원은 정말 잘 못된 학원이다. 비자 갱신일이 다가오면 학원비 3~12개월 비용을 등록을 하면 학원에서 비자 연기 관련 서류를 만들어 주고 비자 연기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처음 한국에 온 3개월 동안은 학원에서 열심히 자격증 공부를 해보고 싶었지만, 수업이 없거나, 학생들이 없어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나도 3개월 이후에는 학원에 나가지 않고 오직 비자 연장으로만 사용을 하였다. 이후에도 비자 갱신을 위해 다니지도 않는 학원에 돈을 내야 했고, 학원에서는 수업에 오지 않는 학생들까지도 출석을 체크하고 관련 서류로 비자 연기를 신청해 주었다. 그렇게 생활을 이어가던 중 비자 갱신을 해야 하는 시기에 돈이 없어서 학원비를 내지 못하게 되어 학원을 찾아 사정해 보았지만, 학원 등록이 되지 않으면 갱신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만 할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해. 결국은 불법체류자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런 경우가 많이 있나요?


말도 못한다. 출석을 대신해주는 학원, 회사에 사원으로 등록을 하고 일정 돈을 내면서 식당이나 공사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까지 한 달에 적지 않은 돈을 내고 비자를 갱신 받아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브로커라고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으로 다가와 회사 및 학원과 연결을 해주고, 일정 수수료를 받고, 우리는 학원이나 회사에 매달 일정 돈을 주고 비자 갱신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원은 물론 심지어 회사의 경우 없어지거나, 돈을 내지 않는 다는 이유로 비자 갱신을 도와주지 않는 업체가 많이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한국에서 생활을 하나요?

매달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지만 그래도 중국에서 일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보통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되면 약 150만원 정도를 받는데, 학원 또는 회사에 돈을 내고나서도 7000~8000위안 정도는 남는다. 이 정도 돈이면 연길에서 3~5개월 정도는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러워도 돈을 내고 비자를 갱신하고 한국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생활은 어떻게 하셨나요?


한국에 와서 식당일을 하면서 한 달에 약 150만원 정도의 돈을 벌면서 생활을 하였다. 하지만 말이 서툴러 한국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는 말도 많이 듣게 되고, 함께 일하는 한국 사람들보다 급여가 적어 몇 번이고 그만두고 싶었지만, 연길에서 생활하는 가족들 때문에 그럴 수 가 없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식당에서 일을 하고, 매달 나오는 월급으로 지하 룸 월세 20만원을 지불하고, 일부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모든 돈을 연길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주었다. 밥은 주로 식당에서 먹고,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부업으로 봉투 붙이는 일을 하면서 하루에 4시간 정도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돈을 벌기 위해 하루하루 살아왔다.

왜 중국으로 강제 출국을 당하셨나요?

오랜 시간 동안 잘 다니던 식당에서 장사가 잘 안되기 시작하면서 월급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끊어져 퇴근 후에는 더 많은 부업을 해야 했고, 잠을 자는 시간이 줄어들어 몸이 조금씩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주방에서 넘어지면서 다리와 팔을 심하게 다치게 되었고, 일을 한동안 다니지 못하게 되었다.

일을 하지 못해 밀렸던 월급을 받으려 가게를 몇 번을 찾았지만, 나중에 나중에 라는 말만 할뿐 밀린 월급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살고 있는 집으로 경찰이 찾아왔고, 불법체류자로 강제 출국을 당하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집을 얻어준 가게 주인이 맨날 돈을 달라고 찾아오는 내가 귀찮아서 불법체류자 신고를 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아직까지 월급을 못 받았습니까?


4개월 정도 월급을 밀렸는데, 갑자기 출국을 하게 되면서 돈을 받지 못했다. 한국에 있는 다른 중국 동포에게 가게 사장님께 강제 출국 사실을 이야기하고, 월급을 받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사장은 돈을 하나도 주지 않고 있다. 한국에 온 중국 동포들이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나도 못 받을 것을 알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받아보려고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

정식 비자가 있었다면 경찰에 신고라도 하겠지만, 불법 체류자였기 때문에 그 업체에서는 돈을 주게 되면 불법체류자 고용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실이 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시간동안 본 한국은?

코리아 드림을 꿈꾸고 찾았던 한국. 5년 동안 생활을 하면서 즐거운 일도 많이 있었지만, 중국으로 돌아온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국 생활이다. 5년 동안 한국 생활을 하면서 조금의 돈은 벌었지만, 사고로 인해 다리가 좋지 않아 연길에 돌아와서 장애인 판정을 받고, 일도 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그 때 벌었던 돈을 다 사용하고 있다.

매달 비자 연장을 위해 돈을 지불해야 했던 학원. 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화를 내던 한국 사람들. 가게가 힘들다며 4개월 동안 돈을 주지 않았던 사장. 한국 말이 서툴고 일이 서툴다는 이유로 ' 니들 나라로 돌아가라 ' 라고 말하는 한국 사람들.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찾아와 나를 강제 출국 시킨 대한민국.

같은 말을 사용하고 동포라 부르며 같은 민족이라 말을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많은 중국 동포들이 가고 싶어 많은 돈을 들여 준비하는 한국행. 5년 동안의 한국 생활을 해 본 나로서는 한국행을 준비하는 그들에게 가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 얼굴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중국 동포이지만 한국에서는 낯선 이방인에 불과 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마무리

지난주 1박 2일에서 외국인 노동자 특집을 보면서 문득 지난 중국 여행에서 만난 조선족 아줌마와 나눈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한국 정부에서는 국적은 다르지만 핏줄이 같은 동포들을 위해 많은 부분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일부 학원) 비자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이 될 뿐, 그들에게 기술을 전달할 수 있는 교육 기간으로서의 역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동포를 위해서 만든 정책으로 오히려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는 동포들.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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